대안공동체 인문학

      2024.07.02
      노년남성공동체 - 김종수
      노년남성공동체 - 김종수

      [논문초록]

      이 글은 2020년대 한국의 TV드라마, 영화, 소설에서 재현되고 있는 노년 남성들로 상상되는 ‘공동체’ 지향의 특징을 탐색하였다. 이를 통해 21세기 한국의 노년 남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고 공동체의 주체로서의 위상을 점검하였다. 2020년대 TV드라마, 영화, 소설에서 재현되고 있는 한국의 노년 남성들은 노인의 대표적인 질환인 ‘치매’를 앓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작품들에서 다루어지듯이 치매를 불행하고, 비극적인 질병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치매를 노년의 삶을 새롭게 구성해갈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TV드라마 <나빌레라>에서는 치매가 세대 간 이해와 돌봄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과 노년이 협력을 이끌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세대 협력으로 회복되는 청년과 노년의 연대감이라는 공동체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리멤버>에서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모두 잃기 전에 일생의 염원이었던 사적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노년 남성 주인공을 통해 일제강점기 친일파 청산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져가는 공동체의 상황을 환기시켜 주었다. 이때 주인공이 앓는 치매는 사라져 가는 공동체의 기억에 대한 은유이다. 이 작품은 노년 남성이 공동체에 대해 가지는 책임의식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는 치매가 아버지의 죽음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소설 속 화자는 그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환멸스러움을 해소하고 애도의 과정에서 아버지가 실천하였던 ‘이타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공동체의 이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대 한국의 대중문화콘텐츠들은 공고한 가족공동체를 구축하며 일생을 보낸 한국의 노년 남성들에게 가족보다 더 큰 공동체를 모색하도록 하였다. 세대 간 협력과 연대감이라는 공동체의 정서, 실현되지 못한 공동체의 정의에 대한 책임의식, ‘이타주의’로 구축되는 공동체의 이념은 노년 남성들을 통해 상상되는 21세기 공동체의 조건이었다. 이같은 공동체의 조건을 상상하면서 21세기 한국의 노년 남성은 삶의 주체로서 새로운 자기정체성을 찾아보고 활력을 갖도록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주제어 : 노년 남성, 공동체, 치매, 영화 <리멤버>, TV드라마 <나빌레라>,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