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3
인터뷰 [칼럼-김만권][한겨레 2021.11.01] 용서를 구하는 행위에 담긴 역설
용서를 구하는 행위에 담긴 역설
근대의 입구에서 마키아벨리의 위대한 전환은 정치란 우연성으로 가득한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데 있었다. 어떤 사건이 우연히 일어난다는 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체를 세우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이들의 운명은 이 우연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는데 때로 이 가운데 행한 어떤 정치적 결정과 행동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이며 범죄인 12·12 군사반란과 5·18 학살의 주범인 노태우씨가 세상을 떠났다. 동료 시민을 학살한 주범이라는 점에서 노태우씨는 업적의 공과 과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인물이다. 정치지도자에게 새로운 권력을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 때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조언했던 마키아벨리조차 “동료 시민을 죽이고, 친구를 배반하고, 처신이 신의가 없고, 무자비하고 반종교적인 것을 덕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러한 행동을 통해서 권력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영광을 얻을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그가 입은 국가장이란 영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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