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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7
      칼럼 [칼럼-김만권][한겨례 2021.06.06] 능력주의를 외쳐 이득 보는 이들은 누구일까
      능력주의를 외쳐 이득 보는 이들은 누구일까
       
       
      1971년은 영미 정치철학에 역사적인 해였다. 존 롤스의 <정의론>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롤스는 이미 1958년부터 “공정으로서 정의”란 논문을 시작으로 훗날 <정의론>의 뼈대가 될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었다. 논문이 쌓여가면서 <정의론>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졌고, 이 책은 발매되자마자 정치철학의 위상과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정의론>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데는 1950~60년대 미국의 현실이 한몫을 했다. 이 당시 미국에선 실용주의와 실증주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정치철학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용주의와 실증주의는 민권운동과 베트남전쟁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난, 인종차별을 비롯한 미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출간된 <정의론>의 첫 문장은 이랬다.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이 진리이듯 사회제도의 제1덕목은 정의다. 어떤 이론이 아무리 이치에 맞고 간결하고 명료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한 것이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혁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이어진 “정의는 타인의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을 거부한다”는 문장은 민주적 정의가 다수의 보호를 넘어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를 보호할 때 정당성을 얻는다는 선언이었다. 이렇게 롤스는 70년대를 ‘정의’에 대한 논쟁의 시대로 열었다. 이후 이 논쟁은 80년대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논쟁으로, 90년대엔 시민권과 다문화주의로 이어졌다. 모든 주요 논쟁의 시작이 <정의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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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n.news.naver.com/article/028/0002547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