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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20
      칼럼 [칼럼-김만권][한겨레 2022.06.19.] 필수노동자와 제대로 된 대우

      필수노동자와 제대로 된 대우


      2013년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스트라이크!>라는 잡지 창간호에 ‘오로지 인간을 일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생겨난 의미없는 일자리가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구체적 예로 인사관리 컨설턴트,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 금융전략가, 기업 법무팀 변호사 등을 들며 이를 ‘불쉿 잡’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직업의 종사자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무의미하다고 여긴다고 주장했다. 이 충격적인 글은 순식간에 100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17개 언어로 옮겨졌다.
      더 충격적인 건 글에 대한 반응이었다. 실제 그레이버가 언급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자기고백이 이어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 직업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에 등장한 문장을 활용한 여론조사까지 생겨났다. 영국에선 “당신의 직업은 세상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는가”에 37%가 그렇지 않다고, 네덜란드에선 노동자의 40%가 자신의 업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답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나온 책이 그의 유작이 된 <불쉿 잡>이다.
      이 책에서 그레이버는 ‘힘든 직업’을 ‘무의미한 불쉿 잡’과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며 이를 ‘쉿 잡’이라 부른다. 불쉿 잡이 별다른 의미도 기여도 없이 보수가 높은 화이트칼라 직종이 주를 이룬다면, 쉿 잡은 사회에 꼭 요구되는 육체노동이 주를 이룬다. 그레이버는 불쉿 잡에 종사하는 이들이 없다고 해서 이 세상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이 쉿 잡 노동자들이 일주일만 멈춰도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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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보기: 필수노동자와 제대로 된 대우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