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8
칼럼 [칼럼-손희정][한겨레 2021.08.07] [한겨레S] 손희정의 영화담_함께 까마귀 울음을 우는 여자들
함께 까마귀 울음을 우는 여자들
강가의 작은 공원. 두 소녀가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한 소녀가 눈을 감고 숫자를 센다. 다른 소녀는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숨을 곳을 찾는다. 숫자를 다 센 술래가 눈을 뜬다. 몸을 돌려 숨은 소녀를 찾는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붙들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소녀는 공기처럼 사라져버리고 없다. 어디로 갔을까?! 술래가 입을 열어 사라진 소녀의 이름을 외쳤을 때,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까악.”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까마귀 울음소리다.
2021년 뜨거운 여름, 한국의 극장가를 찾아온 <우리, 둘>(2019)은 까마귀 소리로 우는 소녀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이어진 장면은 어두운 집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마도(마르틴 슈발리에)가 화장대 앞에서 거울을 보고 있다. 침대에 걸터앉아 연인의 모습을 지켜보던 니나(바르바라 주코바)가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 목에 키스를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열정적으로 서로에게 입을 맞추고 껴안는다. <우리, 둘>은 노년기를 살아가고 있는 두 여자의 성적 친밀성이 우정으로 포장될 여지를 깔끔하게 지우면서 관객들을 세월 속에서도 바래지 않는 사랑 이야기로 초대한다.
(이하 생략)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culture/movie/1006797.html#csidxb819b3985436f93b78c43da14c48e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