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0
칼럼 [칼럼-김만권][한겨례 2021.05.10] 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전체주의의 기원>(1951)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저작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조금 수상하다. 우리말로는 이상할 것 없는 이 책의 영문 제목은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정확하게는 <전체주의의 기원들>이다. 그런데 기원이 여러 개라고 하면 어떤 기원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 가려내야만 하고, 그런 이야기가 없다면 기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 없는 일이 된다.
이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던 정치철학자 에릭 푀겔린이 아렌트에게 물었다. '이 책이 진정 기원에 대한 이야기인가?' 아렌트의 대답은 이랬다. '아니다! 이책은 기원이 아니라 전체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성요소들이 무엇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전체주의에 들어와 견고해졌는지에 관한 역사적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저작에서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데 결론과 다름없는 마지막 장에 이르면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요소를 꺼내놓는다. "비전체주의 세계에서 인간이 전체주의적 지배를 준비하도록 만드는 것은, 한때는 우리가 노인과 같이 어떤 소외된 사회적 조건에서 겪는 고통이라 보았던, 외로움이 우리의 세기에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는 대중들의 일상적 경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략)
출처: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9944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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