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손희정][한국일보2021.03.05] 젠더는 안전하지 않다
젠더는 안전하지 않다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시다. 죽지 맙시다. 꼭 살아남아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1년 전 이맘때, 성별재지정수술을 이유로 대한민국 육군으로부터 강제전역 처분을 받았던 변희수 하사는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했지만 온갖 온라인 괴롭힘으로 결국 입학을 포기해야 했던 트랜스젠더 A씨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자신의 커밍아웃 때문에 A씨가 더 큰 비난과 공격을 당한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그러면서도 “죽지 말자”고 A씨를 다독였다.
“죽지 말자”는 말은 괜한 수사가 아니다. “자연사 하자”가 안부 인사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자기 자신이고 싶을 뿐인데 낯설다는 이유로 낙인찍혀 자신의 몫과 정당한 자리를 박탈당하는 사람들, 어떻게든 지키고자 하는 삶의 테두리 밖으로 기어이 내몰리고 마는 사람들. 그렇게 지난 한 달 동안 트랜스젠더 극작가, 인권활동가, 군인이 세상을 떠났다.
변희수 하사의 부고 앞에서도 여전히 마감을 해야 하는 나는, 쓰던 원고를 덮고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 뽑았다. 미국의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이자 연극인인 케이트 본스타인이 쓴 '젠더무법자'였다. 이유는 하나, 한국어판 서문에서 읽었던 문장 때문이다.
“마흔네 살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한국어판) 서문을 쓰는 지금은 예순여섯이고요. 지난 20년간 세상에 일어난 변화는 놀랍기만 합니다.”
이어서 그는 미디어에서 백인, 중산층, 중년으로 대표되던 트랜스젠더의 얼굴이 다양한 인종과 계급, 나이대로 확대되고 있다며 즐거워한다. 2016년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런 내용이 어쩐지 어색하면서도 좋았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살짝 당겨 본 것 같았다. (이하생략)
원문보기: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1030414020002449?fbclid=IwAR3XO9M7W45tw7HUtAxbj7Bp2CZUc2uMSzd4myswh7xQWZWGbLC6XSlXc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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